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갈등으로 촉발된 반도체 대기업 초과이익 분배 논쟁이 정부 안에서도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협력사 계약 단가 조정을 분배 방식의 하나로 직접 거론했다.
5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김 장관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분배의 새로운 규칙을 세워야 할 때"라며, 삼성전자를 둘러싼 생태계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삼성의 놀라운 성과가 노사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1700여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와 용수·전력 공급을 포함한 지역 사회의 기여 역시 그 바탕에 있다"고 짚었다. 원청 정규직 중심의 성과 공유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야당과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한 '공산주의' 비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내가 말하는 분배는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명백한 재투자"라고 반박하며, 그 구체적 방법으로 협력사와의 계약 단가 조정을 제시했다. 이는 법적 강제가 아닌 자율적 상생 모델을 상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아울러 대기업 성과급 확대가 불러올 구조적 부작용을 경고했다. 초과이익에 기반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이어질 경우 청년층의 대기업 집중 현상이 가속화하고, 중소기업 구인난과 사회 전반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과제와 관련해서는 "단기 성과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면서도 "기업은 전략적 인재에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정부 내 부처 간 이견이 표면화한 상황에서 나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I 시대의 승부는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에서 갈린다"며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 이익을 두고 노동부는 분배와 상생을, 산업부는 집중 투자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청와대는 양측 논의 모두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노동부 출입기자 차담회에서 "대기업 초과이익의 사회적 분배에 대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밖에 없다"며 노동부 주관의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 당초 6월 1일로 잡혔던 해당 토론회는 일정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