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 엇갈린 신호가 동시에 켜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6% 올라 매매가격 상승폭(0.25%)을 웃돌았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보다 26.9% 줄어든 2만7158가구에 그치고, 내년엔 1만7197가구로 더 쪼그라든다. 공급 공백이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그 여파가 매매시장까지 번지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박빙 끝에 헌정 사상 최초의 5선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개표율 98.98% 기준으로 49.07% 대 48.21%, 0.86%포인트 차의 신승이었다.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이 표심을 움직인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제 강남·서초·송파·강동·광진·동작·양천·영등포·용산·중구 등 한강 벨트 지역에서 득표가 집중됐고, 이들 지역 집값은 최근 동반 상승세를 이어왔다.
오 시장의 핵심 부동산 공약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이다. 578개 재건축·재개발·모아타운 등 정비구역을 망라해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다. 올해만 2만3000가구 착공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물량을 쌓아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주와 착공 단계의 주요 사업지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집중 관리해 3년 안에 8만5000가구를 신속 착공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사업시행인가부터 관리처분·착공 단계까지 서울시가 밀착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264곳에 달하는 기존 신통기획 사업지도 정책 연속성이 확보된 만큼, 시공사 선정을 서둘렀던 조합들 사이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이주 수요는 단기적으로 전세·매매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정비사업뿐'이라는 인식이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터라, 한강변이나 핵심 입지 호가는 개발 기대감을 타고 쉽사리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중산층 가구가 중간 가격대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10.49로, 2023년 5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의 4월 소비자 심리조사에서도 서울은 전월보다 7.1포인트 오른 124.9를 기록하며 상승 국면을 유지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강력한 제동 신호가 켜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명시, 오는 7월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유가 상승과 경기 호조가 근거로 제시됐다. 금통위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00%로 올리는 시나리오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5년) 금리는 이미 연 4.26~7.10% 수준까지 벌어진 상태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도 4월 신규취급액 기준 2.89%로 상승 전환했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지역에 따라 선명하게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의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과 수도권 외곽은 매수 여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은 정비사업에도 역풍이다. 조합원 분담금과 이자 부담이 커지고 건설사의 자금 조달 비용도 늘어나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착공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부동산 세제 손질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과 보유세 강화 방안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며,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 확대 여부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결국 올해 하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은 공급 확대 기대와 금리 인상 압박이 정면으로 맞붙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공급 부족이 전세가를 받치고 개발 호재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지만, 3%대 진입을 앞둔 기준금리는 만만치 않은 무게를 실어올 수 있다. 시장은 일방적인 급등이나 급락보다는 지역·단지별 양극화 속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흐름을 점치고 있다. '서울 부동산은 사면 오른다'는 불패 신화가 뿌리 깊은 만큼 핵심지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겠지만, 금리라는 변수는 그 신화를 시험하는 강력한 도전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