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과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 강남 초고가 아파트 시장이 묘한 이중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거래량은 4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축 공급 부족과 재건축 사업 속도전이 맞물리면서 매물 희소성이 강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가격 회복세가 가장 뚜렷한 곳은 압구정2구역 내 신현대11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적 183㎡가 이달 13일 105억 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2월 128억 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직전인 4월 말 90억 원까지 밀렸던 이 면적대는 불과 3개월 만에 세 자릿수 억대를 회복했다. 인근 신현대12차에서는 전용 182㎡가 이달 4일 112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4월의 110억 원을 넘어서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단지 전용 170㎡ 역시 4월 말 83억 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초 93억 원으로 반등했다.
이 같은 가격 회복에는 재건축 사업 진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현대11차가 속한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구역 6곳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지난 2일 서울시 재건축 통합심의를 압구정 아파트지구 정비사업장 중 처음으로 통과했다. 재건축 이후 이 구역에는 최고 66층, 총 2381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며 총공사비는 2조7489억 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은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올해 3월 도급계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신고가 행진은 압구정에 그치지 않는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2차 전용 159㎡는 지난달 24일 62억 원에 거래되며 2024년 최고가(53억5000만 원)를 약 2년 만에 8억5000만 원 이상 갈아치웠다.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130㎡도 지난달 42억5000만 원에 새 최고가를 썼다. 송파구에서도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99㎡가 지난달 44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강남 3구 재건축 단지 전반에서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조사에서도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송파구 리센츠 등 상위 단지들이 지난달 나란히 신고가를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거래량은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새올전자민원창구 집계를 보면, 지난달 강남구 토지거래허가 건수는 207건으로 4월(507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697건에서 351건으로, 서초구는 411건에서 151건으로 각각 급감했다. 이달 들어서도 20일 기준 강남구 108건, 서초구 101건, 송파구 193건으로 지난달과 비슷한 소강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달 말 발표가 예고된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수·매도 양측 모두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월 평균 30~40건에 달하던 고가 아파트 거래가 5월 이후 15건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 감소, 가격 유지'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리서치랩장은 "자산가들에게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입지와 희소성이 뒷받침되는 단지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 가속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시장에서는 적어도 재건축이 장기 표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도 가격을 지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이달 말 공개될 세제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거래와 가격 흐름이 모두 달라질 수 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