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치솟는 '삼중 강세' 속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6월 한 달 새 1.37% 올라 2013년 10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임대차3법 시행 당시인 2020~2021년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며 임차 시장 불안이 한층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8일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월(1.15%)보다 0.22%포인트 높아진 1.37%를 기록했다.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기준 서울 전세가격도 1.08% 올라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초부터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누적 상승률은 4.79%에 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0.88%)의 5배를 훌쩍 넘어섰다.
상승세의 배경에는 전세 매물 급감이 자리한다. 이달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74건으로 올해 1월 1일(2만3060건)보다 10.8%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도 2만1364건에서 1만7165건으로 19.7% 급감했다.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5.9로, 극심한 전세난을 겪었던 2021년 1월 셋째 주(126.9) 이후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차로 풀릴 수 있는 매물이 대거 시장에서 사라진 점도 공급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6월은 이사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매물이 귀해지자 임차인들이 이사 대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며 기존 주택에 머무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49.0%로 절반에 육박했다.
구별로는 성동구 아파트 전세가격이 한 달 새 2.36% 뛰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서울 성동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59㎡는 지난달 30일 보증금 1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불과 한 달 전인 5월까지만 해도 신규 계약이 9억~9억5000만원 수준에서 이뤄졌다. 성북구(2.02%), 도봉구(2%), 노원구(1.92%), 송파구(1.91%) 등도 일제히 1%대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세 시장도 심상치 않다. 6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은 전달보다 1.15% 올라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다시 경신했다. 서울 주택종합 월세가격지수도 0.96% 상승했으며, 성동구(1.77%), 노원구(1.55%), 송파구(1.48%)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수익성 높은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데다 임차인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 시장 불안은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6월에 1.21% 올라 전달(1.06%)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반도체 업종 수요가 집중되는 경기 동탄 등 배후지역도 0.76% 오르며 전달(0.41%)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아파트값 급등의 풍선효과로 빌라와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수요도 늘어,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4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폭이 커지며 6월 0.86%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의 연립주택 가격도 전월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은 교통 여건이 좋은 도심권과 역세권, 준신축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아파트 대체 수요가 유입되며 가격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심리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6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조사에서 서울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매매·전세 포함)는 130.9를 기록하며 지난해 6·27 대출규제 이전 수준인 지난해 6월(131.6)에 육박했다. 규제 이후 꺾였던 심리가 1년여 만에 완전히 회복된 셈이다.
신규 공급 없이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적 상황에서 매매와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연간 전셋값 상승률이 5.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임대차 2법 시행 여파로 전셋값이 폭등했던 2021년(5.1%)과 유사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