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공급 부족과 세 부담 증가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7억458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500만원 넘게 오른 수치로,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처음으로 7억원 선을 돌파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5.72%로 전국 평균(2.69%)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고가 계약 직후 전세 호가가 수천만 원씩 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전용 59㎡는 이달 초 6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뒤 곧바로 6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해당 평형의 기존 전세가는 5억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인근 신림동 힐스테이트뉴포레 전용 59㎡도 7월 24일 7억6000만원에 신고가 계약이 이뤄진 뒤 8억원 호가 매물이 새로 나왔다. 신고가 거래 이전까지만 해도 해당 단지의 전세 호가는 6억원 후반에서 7억원 초반 수준이었다.
공인중개업계에서는 재산세 고지 시기와의 맞물림을 주목한다. 7월 31일 납부 마감인 재산세 고지서가 발부되는 시점과 신고가 거래가 겹치면서 집주인들이 세 부담을 전세 보증금에 반영하려는 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이 워낙 없는 상황에서 신고가 거래와 재산세 고지가 겹치니 단기간에 호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부담 증가의 배경에는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이례적 급등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8.67% 상승했다. 전국 평균(9.16%)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전국에서 서울만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구(29.04%), 강남구(26.05%), 송파구(25.49%) 등 한강 인접 지역은 상승폭이 더 컸다. 정부가 현실화율을 4년 연속 69%로 동결했음에도, 지난해의 집값 급등분이 그대로 공시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은 전년 대비 53.3% 증가한 약 48만7000가구로 늘어났다.
전세 매물 급감도 호가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7000가구로 지난해(3만2000여 가구)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매물 부족은 대단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관악구 신림푸르지오1차(1456가구), 성북구 돈암삼성(1278가구)·래미안크리시엘(1168가구),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2061가구) 모두 현재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상태다. 전세 수급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주 연속 0.3% 이상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10년 7개월 만의 이례적인 흐름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 호가 상승을 단순히 올해 재산세 고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보유세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집주인들의 선제적 가격 조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관악구 등 서울 외곽은 지난해 집값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올해 재산세 부담이 급증한 지역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올해 집값 상승분이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될 경우 보유세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어, 이를 미리 전월세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증 연구에서도 공시가격 상승이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확인된다. 개별 아파트 단위의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포인트 오를 경우 전세가격은 약 1.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차인 우위의 시장 환경에서는 보유세 전가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지역과 수급 상황에 따라 그 폭이 달라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재처럼 공급 부족이 심화된 상황에서는 집주인이 높인 호가가 시장 가격으로 굳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