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임대 중인 집을 직접 거주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한 '2+2년' 전세 만기 물량이 연말까지 1만여 건에 달해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실거주 여부에 따른 과세 차별화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공시가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과세표준 6억~12억 원 구간의 세율도 현재 1%에서 내년 1.3%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는 공시가 14억 원까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누린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2028년부터 실거주 기간 중심의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이원화된다. 쉽게 말해, 같은 집 한 채를 보유하더라도 직접 살지 않으면 세금이 급증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 같은 세제 변화가 즉각적으로 임대차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개편안 발표 이후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 의향이 급격히 늘어나, 9~10월 만기 물건 중 절반 가까이가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9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국민평형(전용 84㎡) 전세 매물이 단 1건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이 말라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사들도 오랫동안 전세를 놓던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 가능성을 묻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만기 물량까지 겹치면서 수급 불균형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7~1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갱신권을 행사한 건수는 총 1만 347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7월 임대차 2법 시행으로 도입된 갱신권은 세입자가 최대 4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계약들이 이달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되며 세입자들이 시세를 반영한 재계약이나 이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갱신권 사용으로 5% 이내로 묶여 있던 보증금이 계약 만료와 함께 시세를 반영해 한꺼번에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세제개편이 갱신권 만기 물량의 충격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집주인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거주할 경우 세입자의 갱신권은 무력화된다. 실거주 전환을 택한 집주인이 늘수록 갱신권조차 써보지 못하고 이사를 떠나야 하는 세입자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신규·갱신 계약을 모두 합산했을 때 새로 집을 구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임대차 물량은 총 9만 4296건에 달한다.
만기 물량과 실거주 전환 압박은 강남권에 특히 집중돼 있다. 갱신권 행사 만기 물량을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1019건으로 가장 많고 강남구 935건, 서초구 587건 등 강남 3구에서만 2551건이 집중돼 서울 전체의 24.7%를 차지한다. 마포·용산·성동구 일대의 시세 20억 원 초반 아파트도 비거주 1주택자 기준 내년부터 종부세 증세 대상에 대거 편입될 것으로 보여 이들 지역에서도 실거주 전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416만 원 수준에서 내년 616만 원대로 약 48% 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강남권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성동·마포·양천·동작 등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며 전월세 불안을 연쇄적으로 확산시키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은 현재 3만 8157건으로 올해 초(4만 4424건)보다 14.1% 줄어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거주 전환이 가속화되면 전세 매물 감소와 보증금 급등이 맞물리며 세입자의 주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앞으로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2027년까지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는 갱신권 사용 물량은 4만 9078건에 달하고, 갱신권을 쓰지 않았더라도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에 노출될 수 있는 전체 잠재 만기 물량은 24만 5574건에 이른다.
한편 세제개편안이 불러온 파장은 직접 집을 비워야 하는 이주민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세제 불이익으로 번지고 있다. 개편안에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경우 공사기간의 50%를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보완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공공주택사업으로 기존 주택이 수용돼 이주자택지나 이주자주택으로 옮겨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동일한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리풀1지구 새정이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공익사업 협력에 응하면 실거주 혜택을 잃는다는 판단이 서면 이주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난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리모델링 사업 역시 공사 기간 이주가 불가피하지만 정비사업과 동일한 거주기간 인정 기준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만 4250여 건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도 2140여 건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공공주택사업 이주민에게 최소한 민간 정비사업과 동등한 수준의 거주기간 인정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근·유학·질병 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집을 비우는 경우에 대해서도 최대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예외 조항이 신설됐지만, 납세자와 과세 당국 간 유권해석 분쟁이 늘어나는 '서류 전쟁'이 예고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시행령·시행규칙 마련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보완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