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2년새 1억 껑충… 서울 세입자 생활권이 무너진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세입자들의 감당 범위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공급 감소와 임대 매물 부족이 맞물리며 전셋값이 급등한 결과, 2년 전과 같은 수준의 보증금으로는 같은 생활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전세 보증금 2년새 1억 껑충… 서울 세입자 생활권이 무너진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미디어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전용면적 60~85㎡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의 중위가격은 6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의 5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억1000만원, 약 20% 오른 수치다. 전용 40~60㎡ 역시 같은 기간 4억원에서 4억9000만원으로 9000만원(22.5%)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 속도는 가계 소득 증가세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24년 1분기 512만2000원에서 올해 1분기 548만1000원으로 7.0% 늘었다. 전셋값이 20~22.5% 오르는 동안 소득은 그 3분의 1 수준인 7%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전세난의 체감 강도가 수치보다 훨씬 거센 이유다.

단순 보증금 격차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 가격 차이도 벌어지는 추세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이사 자체를 포기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눌러앉기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은 더욱 줄고, 신규 계약 보증금은 더 빠르게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생활권 이탈 압박도 현실화하고 있다. 강동구 전용 60~85㎡ 신규 전세 중위가격은 2년 새 5억5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1억5000만원 뛰었다. 2년 전 강동구에서 구한 전세 예산으로 올해 같은 평형을 구하려면 강북구(5억1500만원), 중랑·노원구(5억원 안팎), 구로·금천·도봉구(4억원대) 등 외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중간소득 가구(연 5800만원)가 생활비를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추가 보증금 9000만~1억1000만원을 마련하는 데 19~23개월이 걸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동대문구는 2년 새 같은 면적 기준 전세 중위가격이 1억4000만원, 은평구는 1억1000만원 상승했다. 서울 전용 40~50㎡ 신규 전세의 하위 25% 가격도 2억8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올랐고, 전용 60~85㎡는 4억3000만원에서 5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저렴한 전셋집 자체가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은 2024년 상반기 4만6951건에서 올해 상반기 2만7894건으로 40.6% 급감했다. 전체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55.1%에서 44.3%로 10.8%포인트 낮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15% 올라 2015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세제 개편 변수가 더해지며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가 추진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두고 실거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의 집단적인 실거주 전환이 발생할 경우 전세시장 전반에 공급 감소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강남권에서도 임대사업자 매물 정리가 이어지면 전세시장 불안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전세 의존도가 높은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커지자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역세권 범위를 기존 지하철역 반경 250m에서 500m까지 확대 적용해 2030년까지 청년안심주택 1만75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공급 확대만으로 가파른 전셋값 상승세를 단기간에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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