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 사실상 보합권에 머무는 사이, 강북 외곽과 경기 남부권 중저가 단지는 실수요를 등에 업고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세 번째 부동산 공급대책인 8·13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은 공급 기대와 정책 관망세가 교차하는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14일 부동산114 AI 시세 조사에 따르면 8월 2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2% 상승했다. 서울이 0.13%, 경기·인천이 0.18% 오르며 수도권 전체로는 0.15% 변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5대 광역시는 -0.01%, 기타 지방은 -0.03%로 하락 전환했다. 전국 17개 시도 기준으로는 상승 7곳, 하락 10곳으로 하락 우세 구도가 펼쳐졌다. 지역별로는 경기(0.23%), 서울(0.13%), 전북(0.10%) 등이 상승한 반면 세종(-0.25%), 제주(-0.06%), 인천(-0.05%) 등은 하락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 주 0.21% 올라 대단지·역세권 중심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번 주 시황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전세가격의 상대적 강세다. 8월 2주 전국 전세가격은 0.15% 상승해 같은 주 매매 변동률(0.12%)을 웃돌았다. 서울이 0.25%, 경기·인천이 0.14% 오르며 수도권 전체로는 0.19%를 기록했고, 5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도 각각 0.05%, 0.03%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전 지역이 예외 없이 상승하며 임차 시장의 수요 압력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오름폭은 서울(0.25%), 경기(0.16%), 대전(0.09%), 울산(0.09%), 경남(0.06%) 순이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전세는 성북구(0.40%)·노원구(0.35%)·서대문구(0.29%) 등 강북권과, 금천구(0.38%)·동작구(0.32%)·송파구(0.23%) 등 강남 외곽에서 상승세가 뚜렷했다.
매매 시장 내부에서는 가격대별·지역별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졌다. 세제개편 여파로 보유·매도 셈법이 복잡해진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일대는 관망세가 짙어지며 사실상 횡보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대출 규제 영향이 제한적이고 가격 부담이 낮은 강북 외곽과 경기 남부권에는 무주택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양상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하남시(0.39%), 용인 기흥구(0.38%), 구리시(0.25%) 등이 전세 기준으로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성남 분당구와 이천시는 하락 거래가 나타나 권역 내 분화도 확인됐다.
월간 누적 흐름을 보면 시장 상승 기조는 여전히 뚜렷하다. 7월 전국 월간 매매가격 변동률은 0.78%로, 4월 0.49%→5월 0.53%→6월 0.57%에 이어 3개월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세 역시 7월 월간 기준 0.71%를 기록해 6월(0.64%)보다 상승 강도가 강해졌으며, 서울(0.88%)·경기(0.98%) 등 수도권이 월간 상승을 주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8월 13일 세 번째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8·13 공급대책의 핵심은 기존 수도권 135만 호 착공 목표를 뒷받침하는 신규택지 10만 호를 포함해 23만 호+α를 추가 공급한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경기 남양주 덕소농장 그린벨트(2만1700호), 경기 광주 장지동(4500호), 서울 강서 염창동(1000호) 등 3개 신규 공공주택지구가 우선 지정됐다. 정부는 계획 발표에서 착공까지 평균 68개월이 걸리던 기존 절차를 37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태릉CC·과천경마장·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기존 발표 부지도 착공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서 누적된 주택 인허가·착공 부진이 현재 공급 부족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신규 택지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선 9·7, 1·29 공급대책이 수도권 140만 호 착공의 큰 틀을 제시한 몸통이라면, 이번 8·13 대책은 이를 보완하고 속도를 높이는 곁가지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대규모 신규 물량의 실질적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려면 정부와 지자체, 관계 부처의 초당적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 신호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 가격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가 1.5% 이내로 묶여 대출 한도 축소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는 점도 하반기 수요 측면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공급 기대와 대출·세제 리스크가 혼재하는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양극화 기조를 유지하며 어느 방향으로 방향을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