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탄천물재생센터를 주택 공급지로 활용하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이 하루 만에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날 '적극 검토' 의사를 밝혔다가 이튿날 신중론으로 돌아선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도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냈다. 모처럼 접점을 찾아가는 듯했던 서울 주택 공급 논의가 다시 안갯속에 접어든 형국이다.
김 장관은 2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탄천물재생센터도 옮기는 결정보다 이전 부지, 이전 장소를 선정하는 게 더 어렵다"고 밝혔다. 전주교도소 이전 사례를 예로 들며, 이전 결정 자체보다 대체 부지 확보가 핵심 난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전날 오 시장과의 2차 회동 직후 검토 의사를 내비쳤던 것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선 표현이었다.
개발 방식을 놓고도 두 사람 사이의 온도 차가 드러났다. 오 시장은 인근 시유지 매각과 민간 투자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주택과 첨단산업·R&D 시설을 복합 개발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고급 아파트나 도시개발 방식이 아닌, 공공주택을 우선 공급해 청년·신혼부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가 가칭 '동남권 청년특화산업단지'로 구상한 민간 주도 복합개발과는 결이 다른 방향이다.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배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착공은커녕 이전도 안 될 부지를 대안처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직격했다. 27일 민주당 서울시당이 구청장들과 연 당정 간담회에서도 "10년 후에나 시행 가능할까 말까 한 허황된 정치적 구호"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 역시 소셜미디어에 "민간 투자 방식으로 지어지는 주택은 공공성보다 사업성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며 "실상은 강남 핵심 입지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상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야권의 반대론이 김 장관의 발언 기조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회동 직후 쏟아진 반대 논거—이전 부지 확보 난항, 민간 투자의 사업성 우선—와 김 장관이 이튿날 꺼낸 표현이 결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천물재생센터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당 부지는 이미 2024년 양재천·탄천 합수부 일대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마쳤고, 현재 이전·지하화를 위한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조사 완료가 목표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는 용산공원 주택공급안보다 사업 진척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 39만3000㎡의 부지 면적은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보다 9만㎡가량 넓고, 서울시는 주거 기능을 절반가량 배치할 경우 최소 1만 가구에서 최대 1만3000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실행 과정에서 여러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있는 용산공원 방안과 비교하면 탄천물재생센터 활용은 훨씬 확실한 대안"이라며, 매각을 통한 민간 투자도 재원 마련을 위한 보완적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주체가 추진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방식은 주거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논의가 정치 공방으로 번지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다음 주 예정된 3차 회동에서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