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을 얼마나 오래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를 세금의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전면 개편하면서, 강남권에서 세를 놓고 고가 주택을 보유해 온 비거주 1주택자들의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두 축 모두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거주 여부에 따른 세 부담 격차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됐다.
개편안의 파급력은 수치로 분명히 드러난다. 종부세 기본공제는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기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오히려 9억원으로 축소된다. 반포자이 전용 84㎡를 실거주하지 않는 경우 내년 보유세가 올해 대비 55% 이상 늘어난 2,812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실거주자와 비교하면 555만원가량 더 내야 한다. 양도세도 마찬가지로 2029년부터는 보유공제가 전면 폐지되고 거주공제(연 8%, 최대 80%)만 적용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이다. 개편안 발표 이후 매도나 실거주 전환을 저울질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매도 계획이 있던 이들은 시기를 앞당기는 방향을 검토하고, 올해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일부 집주인들은 직접 입주를 택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반포자이 등이 있는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당장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실거주 전환을 타진하는 비거주 1주택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주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종부세 산출 방식과 기준 시점 등을 확인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집값 상승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축적한 고령층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세제 혜택이 남아 있는 시기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양도세 장기보유공제 축소가 본격화되기 전에 세 부담을 줄이면서 매도에 나서려는 중년층 이상 집주인들이 강남구 일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곧바로 거래 증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매수세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집주인들이 선뜻 매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건축 신축 단지가 많은 송파구 잠실 일대는 비교적 차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가 적용되는 내년까지는 일부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신축 단지가 많은 만큼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 등 한강벨트 일부 지역은 이번 개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다. 1주택자의 경우 초고가 주택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보유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부담으로 매도에 나서기 어려워 오히려 매물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이 임대차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거주를 장려하는 정책 방향이 강화될수록 전월세 공급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비거주를 유지하기로 한 집주인들은 늘어난 세 부담을 전·월세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대 물량 기반 자체가 축소되면서 장기적으로 전세의 월세화 등 구조적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남 핵심지역의 경우 세 부담 증가만으로 대규모 처분이 이뤄지기는 어렵고, 실거주 전환이나 증여 등 다른 절세 수단을 검토하는 보유자가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