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손 못 댄 세제개편…"거래 빙하기에 전월세 불안 가중" 우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에 부동산 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수 중립적 전환을 이행해 주거 이동성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가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이와 정반대의 경로를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세는 강화했지만 취득세 완화에는 손을 대지 않아, 결국 주택을 팔기도 사기도 힘든 구조만 굳혔다는 것이다.

취득세 손 못 댄 세제개편…"거래 빙하기에 전월세 불안 가중" 우려
ⓒ 헤럴드경제

이번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낮추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 32억 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부세 기본공제는 비거주 1주택자 기준으로 기존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축소되고, 2029년부터는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보유공제가 폐지되고 거주공제만 최대 80%까지 인정된다. 과세 기준도 '주택 수' 중심에서 '합산가액' 중심으로 전환된다.

문제는 이 같은 보유세 강화 조치가 거래세 부담 완화 없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세 완화가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유세 인상이 이뤄지면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방향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양도세 부담과 각종 거래 비용을 감안하면 같은 생활권이나 비슷한 수준의 주택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매도 압박을 받는 집주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해당 지역을 떠나거나 주거 수준을 낮추는 것뿐이라는 의미다.

수요 측면도 녹록지 않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부담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매수에 나서기 어렵고, 세 부담이 늘어난 다주택자는 추가 취득 자체가 막혀 있다. 수십억 원 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한 계층이나 부모의 지원을 받는 일부를 제외하면 매수 여력 자체가 없다는 게 시장의 현실이다. 이처럼 팔 사람도 살 사람도 없는 구조가 고착되면 거래 침체와 매물 잠김이 동시에 진행되고, 그 충격이 수도권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붙어 전월세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절세 목적의 단기 매물 출회 가능성은 있다. 세법 개정안 발표 시점부터 내년 보유세 과세기준일 직전,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직전인 연말까지 고령자·다주택자·임대사업자 등의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27년이 개편 전 가장 유리한 매도 시기가 될 수 있어, 서울 중하위권과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매물 부족 현상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이를 거래 활성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책 신뢰 문제도 시장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면서 매물을 서둘러 내놓으라고 압박했으나,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번 개편안에서 다시 중과세율을 한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을 믿고 매도에 나선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조금 더 기다렸다면 자산 구성을 달리했을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조세 전문가들은 부동산처럼 수년에서 수십 년을 보유하는 자산일수록 과세 기준의 예측 가능성이 세율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제와 금융·공급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한, 시장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직접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상속세 일괄공제(5억→8억 원)와 배우자공제 최저한도(5억→10억 원) 인상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반 가구에 적용되는 두 공제 항목은 현행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