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는 그대로, 기준만 조금 바꾼다…비거주 종부세 손질의 한계

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거센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며 수정 기로에 서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은, 실거주 여부를 투기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구조는 그대로, 기준만 조금 바꾼다…비거주 종부세 손질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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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안의 출발점은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발언으로 압축된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기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아지는 구조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같은 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세액 차이가 최대 7배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다.

여기에 세 부담 상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거주기간 중심 개편 등이 맞물리며 비거주 1주택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특히 지난 5월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무주택자에 한해 세입자가 있는 이른바 '세 낀 집'을 예외적으로 살 수 있도록 허용한 상황에서 이 같은 세제 강화 방침이 발표되자, 정책 간 충돌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는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를 위한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1년 이상 거주하던 주택에서 취학·전근·질병·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의 이유로 다른 시·군으로 이주한 경우 최대 3년까지 실거주로 인정하고, 정비사업으로 기존 주택이 멸실돼 신축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는 공사기간의 절반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장기간 타지 근무나 자녀 교육, 가족 돌봄 등의 사정을 감안하면 예외 규정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거나 주택을 매도할 경우 기존 세입자는 퇴거 압박을 받게 되고, 전월세 시장에 공급되는 매물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23일 열린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여당이 강하게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와 세 부담 상한 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분에 대한 거주 인정 확대에 대해 당정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해서는 거주·비거주 구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도 정부에 강하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거주 중심·주택가액 단일화'라는 기본 원칙은 유지하되, 비거주 1주택자 예외 규정 확대와 미세조정 선에서 수정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김건영 재경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이번 세제개편의 큰 뼈대인 '거주 중심 1주택자 보호'는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수정안은 이르면 다음 주 당정 합의를 거쳐 마련될 예정이며, 9월 1일 국무회의 보고 후 3일 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조 유지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여전히 거세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의 요구는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보유세 폭탄 기조를 손질하지 않는 한 거주·비거주 구분 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부동산 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책 효과에 대한 신중론이 나온다. 비거주에 대한 패널티를 일부 강화하는 방식으로 집주인이 실거주를 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지만, 지나친 규제는 주거 이동을 막아 시장 전반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비거주 예외 조건을 넓히더라도 행정적 확인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들이 주민 반발을 의식해 수정 요구에 나선 만큼,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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