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집합건물 2채를 보유한 2주택자 비중이 지난달 3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자, 집합건물 2채 다소유지수는 지난 1월(11.29)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매달 꾸준히 하락해 7월 11.108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1.083까지 내려앉으며 2022년 12월(11.081) 이후 44개월 만에 처음으로 11.1선을 밑돌았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이 집계하는 다소유지수는 집합건물 보유자 중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10이면 집합건물 보유자 100명 중 10명이 다주택자라는 의미로, 2채부터 101채 이상까지 소유 현황별로 측정된다. 해당 지수는 2023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난해 6월 11.357까지 상승했지만, 규제 강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락 전환됐다.
이번 하락세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올해 연속적으로 시행된 다주택자 옥죄기 정책이 꼽힌다. 지난 4월에는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의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5월에는 약 4년간 이어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때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가산되는 중과세율이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할 경우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실효세율은 최고 82.5%에 달한다.
유예 종료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이미 다주택자 급매물이 쏟아진 바 있다. 부동산 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1월 초 5만7000건 수준에서 3월 말 8만 건을 넘기며 급증했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 물량이 시장에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주택 보유 실태를 들여다보면, 이른바 '자산가 다주택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주택자 191만여 명 중 두 채 모두 지방에 보유한 사람이 절반을 웃돌았다. 반면 서울 아파트만 2채를 가진 경우는 전체 2주택자의 3.78%에 불과해, 다주택자 대다수가 고가 자산가와는 다른 층위에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다주택자 매물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세제 개편안 확정을 예고한 만큼, 보유세 강화 등 추가 규제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세 부담을 덜기 위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행렬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여러 채를 정리하면서도 2채 수준에서 머물다 증여나 상속을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